길남이는 왼쪽 뒷다리가 없는 3발 고양이다.
2016년 2월 추운 겨울날 내가 살던 집 앞에서 나만 보면 부리나케 도망가던 녀석이 어느 날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길래 왜 저러지 하면서 무심히 넘겼는데 다음날에도 계속 그러고 있길래 왜 저러지 하면서 손으로 들어 올렸더니 왼쪽 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데리고 근처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를 시작했는데 점점 심해졌다.
7일쯤 치료하다가 나중에는 사료도 먹지 않기 시작하고 체중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리를 절단하기로 하고 수술했다.
아울러 1주일쯤 후에 중성화 수술도 했다.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길에서 살다가 그렇게 길남이는 장애 고양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수의사가 기본적인 실력도 없는 맹탕이었던 거 같다.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먼저 살고 있던 길동이와 길순이와의 갈등도 엄청났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술한 상처가 아무니까 3 다리로 잘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그 모습을 봤을 때는 충격이었다.
다리 하나가 없어진 게 매우 이상하게 느꼈던 거 같기도 하고 몸에서는 뒷다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적응을 못하는 거 같기도 했다.
2주일 이상을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넘어지고 뒹구르더니 차츰 적응해 갔다.
처음 했던 일은
고양이 화장실에서 넘어질 거 같아서 옆면이 좀 높은 화장실을 새로 구입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소변을 보고 모래로 덮을때 자꾸 넘어졌다.
발에 오줌이나 똥을 묻히기도 하면서 차츰 적응해 나갔다.
지금은 능숙하게 뒤처리를 하면서 넘어지지도 않는다.
그다음에는 길동이나 길순이는 높은 곳도 훌쩍 뛰어오르지만 길남이는 그게 불가능했다.
책상이나 탁자 위에 길남이도 올라갈 수 있게 1인용 스툴을 사다가 놓아주거나 중간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은 높은 곳에 뛰어오르지는 못하지만 스툴이나 의자를 거쳐서 여기저기 잘 올라 다닌다.
길남이는 길거리 생활을 해봐서 그런지 벌레만 보이면 잡아먹는다.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파리도 잡고 모기도 잡아서 먹어 버린다.
사료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아주 잘 먹는다.
수술 당시에 2.9kg 정도이던 체중이 지금은 7.5kg 정도 된다.
다리가 하나 없는 상태에서 체중이 불어나면 다리에 무리가 갈 거 같아서 사료를 바꿔보기도 하고 사료를 줄여보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어서 요즘은 그냥 놔둔다.
수놈이고 덩치가 큰 편이라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이유도 될듯하다.
길남이는 외출하자고 자꾸 조른다.
현관문 앞에서 고함을 친다거나 문을 긁는다.
3발이라도 엄청나게 빨리 달린다.
그래서 마트에서 구입한 강아지 목줄을 하고 밖에 나간다.
길남이를 보면서 고양이는 뒷다리로 몸의 여기저기를 긁는다는 것을 알았다.
오른쪽 다리로는 오른쪽 귀와 머리와 등을 긁는데 왼쪽 다리가 없다 보니 왼쪽이 가려우면 없는 다리로 긁는 행동을 하면 내가 긁어 주지만 얼마나 답답할지 짠하다.
길동이나 길순이가 지나가면 앞발로 툭툭 건드리다가 길동이나 길순이에게 혼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별로 개의치 않고 장난도 잘 치고 잠도 잘 자고 안아주면 잘 안겨 있는다.
길남이를 안고 있으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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