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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가 밭에서 키운 채소를 어머니가 잘 다듬어서 한 단씩 잘 묶어서 큰 다라이에 한가득 담아서 머리에 이고 시장에 가서 팔아서 쌀도 사고 반찬 재료도 사고 우리 형제들 먹을 과자도 사 왔다.
어머니가 사 온 과자를 먹으라고 내어 놓으면 형제들이 나눠 먹다가 가끔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두 번 다시 과자 안 사준다고 화를 내면서도 다음 날 또 과자를 사 오셨다.
내가 살던 집의 마루에서 보이는 저 그림과 같은 산등성이의 길을 따라 어머니가 다라이를 이고 시장을 가시면 해질 무렵에야 저 산등성이에 돌아오시는 어머니가 나타났다.
저 고갯길은 부산 영도에 있는 고갈산과 이어지는데 지금은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고갈산을 봉래산으로 부르고 있다.
나와 형제들은 어머니가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저 그림에서 보이는 길을 돌아서 시장을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동네방네 뛰어다니면서 놀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어머니가 나타나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어머니가 나타나면 "엄마다!"를 외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저 산등성이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가끔 저 산등성이가 눈물 나게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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