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투구가 4월 초에 집 앞에 있는 공원 어딘가에 새끼를 낳았다.
젖가슴이 처지고 젖가슴이 불어 있어서 알게 됐다.
저녁때마다 부지런히 와서 사료를 먹고 다시 부지런히 공원을 가로질러 다니기를 계속했다.
어느 날 저녁에 어떤 사람이 구운 돼지고기를 가져와서 고양이 먹으라고 두었는데 투구가 그것을 한 개 입에 물더니 부리나케 공원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새끼들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하는 거 같아서 짠한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다음날 보니 어제 가져다 둔 돼지고기가 거의 없어졌다.
아마도 밤새도록 투구가 돼지고기를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한 조각씩 물어다 나른 거 같았다.
그렇게 어린 새끼들을 챙기더니 5월 말쯤에 6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새끼들은 사람이 보이면 숲 속에 숨고 사람이 없으면 나타나서 물도 먹고 사료도 먹으면서 놀고 투구는 새끼들을 열심히도 챙겼다.
새끼들이 사람들 눈에 띄면 위험해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호기심에 자꾸 모여드니 새끼 도양이 들은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면서 숲 속에 숨어 있었다.
그렇게 2주일 지난 무렵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투구가 가느다란 소리로 새끼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저녁때쯤에 나가보니 '로드킬 수거'라는 표지를 붙인 차가 오고 경찰차가 왔길래 왜 저러지 했는데 알고 보니 죽은 투구의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집 앞에 버려져 있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던 것인데 범인을 잡을 의지는 별로 없어 보였다.
난 그냥 속으로 욕만 했다 저런 짓한 사람도 반드시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그때부터 투구는 죽은 새끼 고양이가 버려져 있던 곳에서 비를 맞으면서 울고 있었다.
밤새도록 그 자리를 빙빙 돌면서 울었다.
마음에 걸려서 내다보니 입에 음식 같은 것을 물고 울고 있었다.
아마도 먹지 못해서 새끼들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고 만나면 먹이려고 입에 물고 울었던 거 같다.
그렇게 밤새도록 울고 아침까지 울다가 지쳤는지 어디 가서 잠이 들었는지 보이지 않다가 저녁 무렵 다시 나타나서 울었다.
그런데 나머지 새끼들도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비 맞으면서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더니 모두 잘못된 거 같았다.
그렇게 투구는 애지중지 키우던 새끼 6마리를 하룻밤에 모두 잃어버렸다.
울음소리는 약해졌지만 죽은 새끼 고양이들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면서 앉아 있다가 신음처럼 울기도 했다.
투구를 보면서 고양이도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고 사라져 버린 새끼 고양이들 모두 잊고 마음을 추스르고 예전처럼 살기를 바랄 뿐이다.
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 투구의 가난한 모정을 짓밟은 인간들에게 하늘의 가혹한 응징이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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