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3개월 동안 집 앞에서 나만 기다리던 길고양이 치즈가 11월 4일부터 보이지 않았다.
치즈와 같이 지내던 감자가 치즈가 사용하던 장소에서 새끼를 낳은 후부터 치즈가 감자에게 하악질까지 하다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치즈를 만난 초기에 하루정도 만나지 못할 때도 있어서 어딜 갔다고 생각했는데 11월 9일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11월 10일 날 동네를 둘러보는 중에 근처에서 치즈를 발견하고 불렀더니 엄청나게 큰소리로 울어대면서 따라오는데 앞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다.
2021년 6월 경에도 앞다리를 절뚝거리길래 가지고 있던 고양이용 항생제인 액티클라브를 먹여서 나은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밤낮 비는 내리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다리까지 절뚝거리니까 더 애처로워 보였다.
사료터까지 데리고 와서 액티클라브를 캔 사료와 함께 2알을 먹이고 평소에 앉아 있던 자리에 앉혀 놓고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내가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와보니까 사라지고 없었다.
기다리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거 보고 가버린 거 같았다.
절뚝거리는 게 마음에 걸려서 다음날 11일 날 저녁에 다시 약을 먹이려고 어제 발견한 그 장소에 가니까 보여서 불렀더니 또다시 요란하게 울어대면서 다가온다.
절뚝거리면서 울어대는 모습이 짠하다.
길거리에 앉아서 캔 사료에 약을 섞어 주니 잘 먹었다.
약을 먹이더라도 비도 내리고 날씨는 추워지는데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데려갈 생각을 하고 앞장서서 가면서 부르니 절뚝거리면서 잘 따라왔다.
집까지 꽤 먼 길인데도 집 앞까지 잘 따라와 줬고 집 앞에서 목덜미를 단단히 움켜쥐고 3층까지 재빠르게 올라왔다.
다행히 몸부림을 치지 않았다.
고양이는 목덜미를 단단히 움켜잡으면 발버둥을 거의 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집안으로 유괴 납치에 성공했다.
집에 있던 고양이와 맞닥 뜨리면 싸울게 뻔해서 일단 집안으로 들어오자 방문을 닫고 격리를 시켰다.
철망을 쳐서 볼 수 있게 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길동이와 길남이가 하악 거렸다.
그래서 철망을 치우고 볼 수 없게 차단했다.
치즈는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서 꼼짝 않고 있다가 몇 시간 지나서 내가 부르니까 하품을 한다.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다.
고양이는 낯선 장소에 가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합사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쉽지는 않을듯하다.
길남이 합사 할 때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걱정이 되지만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난데없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치즈가 와서 길동이와 길남이는 무척 당황하고 스트레스받고 있을 것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제목은 관심 끌려고 유괴 납치라고 했지만 냥줍이라고 해야 하나?
치즈도 나이를 추정컨대 6-7세가 되었을 듯한데 냥줍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닐까 싶다.
2년 3개월 동안 집 앞에서 오매불망 나만 기다리는 치즈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집안에 데리고 들어오니 기분은 좋다.
합사가 성공할지는 1주일 정도는 지나 봐야겠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주일 후에 치즈 이야기를 다시 또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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