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고양이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목욕을 시켜 본 적이 없다.
시켜본 적이 없다는 것보다 한 번도 목욕을 시키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목욕 안 시켜서 불편한 것도 없다.
길동이 처음 데려왔을 때 목욕시키려고 욕실에서 길동이 몸에 물을 묻히니까 지랄발광을 해서 못하고부터는 목욕 시도조차 안 한다.
다음에 길순이 데려왔을 때도 목욕을 시켜 보려다 길동이 보다 더 심한 지랄발광을 하길래 포기하고 그 이후로는 목욕 같은 거 생각도 안 했다.
내가 길동이 목욕을 시키려고 했던 건 남들이 목욕을 시킨다길레 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어떤 사람들들은 고양이 몸에서 냄새가 난다느니 털이 많이 빠진다느니 해서 목욕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목욕 안 시킨 게 고양이에게도 스트레스 안 주는 것이고 목욕시킨다고 난리 치는 나도 스트레스 안 받아서 더 좋았던 거 같다.
고양이 몸에서 냄새난다고 하는데 냄새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고양이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모른다.
고양이 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봐도 냄새가 안단다.
내 코는 자칭 개코라고 할 정도로 냄새를 잘 맡는다.
그런데 말이야.
포식자인 고양이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그루밍으로 완전하게 제거하여 천적의 공격을 피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몸에서 냄새가 난다면 고양이에게 병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 정도의 냄새도 싫으면서 고양이는 왜 키우려고 할까?
스스로 움직이는 장난감이라서?
목욕시켜도 털은 빠진다.
고양이는 털 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털이 많이 빠진다.
나는 1주일에 두 번 털 빗질을 해준다.
털 갈이 시절에는 더 자주 빗질해준다.
목욕시킨다고 오두방정 떨고 난리 치면서 온갖 사진 찍어서 SNS에 쳐 올리다가 어느 날 고양이가 사용하던 물품과 함께 키우던 고양이도 버리고 이사 가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오늘도 길거리에는 방금 버림받은듯한 깨끗한 고양이들이 돌아다닌다.
고양이 털이 싫고 고양이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양이 키우지 마라.
버려진 고양이가 불쌍한 이유는 고양이에게는 세상의 전부였을 집사에게서 버림받고 비바람 맞고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면서 굶주림으로 죽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우는 사람은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버리는 사람은 버리기 전까지 많은 학대를 저지르다가 버릴 것이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비비고 껴안고 뒹굴다가 싫증 나면 학대하다가 버리는 인간들은 사회로부터 학대당하고 버림받기를 학수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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