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은 태어난 지 8~9개월쯤 된 암컷 길고양이다.
짧은 꼬리라는 뜻의 밥테일(Bobtail)의 발음 '밥'과 통통한 모습을 합쳐서 '밥통'이라 부른다.
방울처럼 헝클어진 짧은 꼬리가 특징인 재패니즈 밥테일(Japanese Bobtail) 품종을 많이 닮았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이름 짓고 나만 불러주는 '밥통'이다.
'밥통'은 길거리에서 태어난 길고양이다.
'밥통'의 엄마도 길고양이다.
'밥통'의 엄마는 '투구'라고 부른다.
콧등이 까맣게 특이하게 생긴 모습이 로마 군인의 투구처럼 보여서 '투구'라고 부른다.
가까이서 보면 깜찍하고 귀엽다.
'투구'가 지난 초여름에 어린 새끼 두 마리 데리고 사료터에 나타났었다.
아마도 봄에 태어난듯하다.
잘 걷지도 못하는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사료터에 가끔 왔었는데 그러다가 잠시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부터 한 마리만 혼자서 나타났다.
사료터에서 엄마 '투구'와 잠시 만나고 따로 흩어지고 했었다.
그 녀석이 '밥통'이다.
'밥통'은 걸음걸이가 이상했었다.
스러질 듯이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엄마 '투구'가 춥고 배고픈 겨울에 임신을 해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제대로 먹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밥통' 혼자서 사료터에 자주 와서 사료와 물을 부지런히 먹더니 나중에는 사료터에 살다시피 했다.
어린 새끼 고양이들이 그렇듯이 '밥통'도 큰 고양이들을 겁내지 않고 사료 그릇에 달려들어 먹었다.
오히려 큰 고양이들이 피하곤 했다.
요즘은 많이 먹고 날씨가 추워서 운동을 안 해서 그런지 뚱뚱해졌다.
걸음걸이도 비틀거리면서 스러질 듯이 걷지 않고 반듯하게 걷는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부터는 사료터에 살고 있던 '치즈'와 친해져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밥통'이 '치즈'의 새끼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치즈'는 중성화된 수컷이다.
'밥통'이 '치즈'에게 장난도 친다.
'치즈'가 잘 받아주지만 가끔 짜증을 부린다.
'치즈'가 짜증을 부려도 '밥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즈'에게 장난치고 핥아주기도 한다.
'치즈'와 '밥통'은 요즘은 하루 종일 붙어 다닌다.
가끔 엄마 '투구'와 마주치면 '밥통'이 알아보고 장난치려고 달려가면 엄마 '투구'가 도망가버린다.
이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밥통'은 처음에는 내 모습이 보이기만 해도 도망갔다.
그랬던 '밥통'이 내 모습이 보이면 '치즈'와 함께 달려온다.
달려와서 내 바지에 슬쩍 스치기 까지 한다.
나에게 기대는 '밥통'에게 애처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은 빗질도 해준다.
사람이 사용하는 빗으로 해준다.
빗질을 해주면 기분이 좋은지 자꾸 다리에 와서 기댄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추운 길거리에서 사는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봄에 발정이 시작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싶다.
난 길고양이 TNR은 반대하지만 이렇게 사료터에 살다시피 하니까 중성화 수술해서 내가 보살펴 주면 되니까 중성화 수술을 해도 될 거 같다.
넓은 집이라면 당장 집에 데려와서 따뜻하게 살게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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