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혼자 살았던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는 외로움 같은 건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쩌고 저쩌고 해서 충북 진천에서 살게 되었는데 6층 아파트였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그곳은 다니는 자동차와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한 농촌이었다.
퇴근하여 아파트로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있으려니 못 견디게 외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며칠 지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진천읍내에서 중고 TV를 샀다.
전파상 사장님이 친절히 배달하여 설치해 주셨다.
그렇게 멍하니 TV를 쳐다보면서 며칠이 지났지만 벗어나고 싶어 했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아지를 길러볼까 생각했는데 아파트에서 강아지가 짖으면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 포기하고 고양이를 길러보자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야옹거리기는 하지만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고양이를 기른다고 생각한 것이 고양이에게는 쬐끔 미안한 생각이었다.
2010년 8월 15일 진천 5일장에서 고양이 한놈을 1만 원을 주고 샀다.
암놈인지 수놈인지 그런 생각도 없을 정도로 동물에 대한 준비 없이 고양이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진천으로 내려온 지 9개월 만이었고 그 녀석이 "길동이"라고 부르는 녀석이다.
후다닥 뛰어다니는 행동이 너무 빨라서 홍길동이 생각나서 "길동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 퇴근하는 토요일과 회사에 나가지 않는 일요일에는 길동이가 놀 수 있는 요즘의 캣타워 비슷한 것도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길동이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2달쯤 지날 무렵 출근하고 나면 혼자 남아 있는 길동이가 너무 심심하고 외로움을 느낄까 봐서 2010년 10월 15일 진천 장날에 또 한 녀석을 데리고 왔다.
그 녀석이 길동이 동생이라서 "길순이"라고 불렀던 녀석이며 길순이는 유방암(유선종양)으로 2021년 8월 4일 세상을 떠났다.
나의 고양이 집사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으며 길동이는 여전히 건강하게 나와 함께 살고 있다.
길동이, 길순이와 생활하면서 나를 감싸고 있던 외로움, 사회에 대한 고립감, 가족과 멀어져 가는 쓸쓸함, 병으로 불편해져 가는 나의 몸에 대한 집착을 많이 극복하게 되었던 거 같다.
지금 나와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10년 넘게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나를 위로해주고 웃게 해 준 어떤 가족보다도 가족 같은 존재들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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