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길고양이 치즈 사진 1장

2020. 6.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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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기다리는 치즈(2019년 10월 21일 해질무렵)

사진을 뒤적이다가 이것을 발견했다.

치즈는 8월 20일경 버림받은 후 하루도 빠짐없이 사료와 물을 가져다주는 나를 주인으로 생각했을듯하다.

10월 말경이라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어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였다.

떨어진 나뭇잎이 쌓인 공원 한 편에서 몸을 동그랗게 감아서 잠자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치즈를 바라보는 마음은 자신을 버린 주인을 잊어버리고 길거리 생활에 하루빨리 적응하기만을 바랐다.

 

치즈는 사료를 먹다가도 내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면 나에게 달려와서 앞을 가로막았다.

어쩔 수 없이 또 쓰다듬어 주고 같이 놀아주었다.

 

오랫동안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지만 사료 먹는 길고양이들에게 접근하여 사진이나 찍고 친해지려고 해 본 적이 없다.

길고양이의 최대의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접근했다가 불행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는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이 가까이 오지 않아도 사료와 물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료와 물을 매일 가져다주는 내가 만지면 사람은 모두 괜찮다고 생각해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 걱정돼서 친해지려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치즈는 사람의 손에 길들여졌다가 버림받은 직후여서  상실감이 컸겠지만 어차피 춥고 배고픈 거친 길거리에서 살아야 할 길고양이가 되었기에 사람의 손길을 잊어버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저 사진은 사료를 먹다가 내가 떠나니까 나를 따라와서 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진이다.

내려가서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하루빨리 사람의 손길을 잊고 길거리 생활에 적응하기만을 바라고 못 본척했지만

자꾸 눈이 가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밤에 길고양이들은 또 어디서 비를 맞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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